House - 그의 무례를 견딜 수 있는 이유
2005/12/01
폭스사에서 제작, 현재 미국에서 2시즌이 방영되고 있는 하우스(House, M.D)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 닥터 그레고리 하우스(휴 로리)의 매력에 많은 부분을 기댄 의학 드라마이다. 하우스는 다리를 절고 진통제를 수시로 복용하는 괴짜 의사로 매 회 환자의 복잡한 병명을 때로는 셜록 홈즈처럼, 때로는 그리섬 반장처럼 찾아낸다. 병명을 밝히는 과정만큼이나 제작자들이 공들이는 부분은 하우스의 무례하며 거만한 캐릭터의 구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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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리뷰는 여기서
http://gael.tistory.com/category/TV-Series/house
슬픔에 젖어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 앞에서도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근무시간에도 놀 궁리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재능으로 환자의 병명을 밝혀낸다. 뻔뻔할 정도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며 혼자만의 삶에 집중하는 캐릭터가 극대화된 모습이다.
최근 미국 드라마에는 이런 캐릭터들이 종종 나온다. 비현실적일 정도로 세상의 기준에는 신경 쓰지 않으며 자기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들. 자기 가치에만 충실하지만 범죄자는 아니며, 매사에 투덜대지만 혁명을 일으키지는 않으며 세상에 묻힌 채로 사는 사람들.
하우스는 한 술 더 떠 타인에게 매우 무례한 태도를 보인다. 닥터 포먼(오마 엡스), 체이스(제시 스펜서), 카메론(제니퍼 모리슨)과 병명에 대해 논의할 때도 그는 잘난 척 하는 어린아이, 거만한 독재자나 다름없다.
Dr. Eric Foreman : I think your argument is specious.
포먼 : 제 생각에 박사님의 논의는 그럴 듯하기만 해요.
Dr. Gregory House : I think your tie is ugly.
하우스 : 내 생각에 자네의 넥타이는 촌스럽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우스>를 보는 시청자가 하우스의 무례함과 독설을 견디고 그런 단점을 넘어서 그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심지어 하우스는 섹시한 남자 캐릭터로 꼽히기도 한다!) 그의 드러난 무례함에 오히려 통쾌함을 느껴서만은 아니다. 아무리 불쾌하게 말하고 행동한다고 한 들, 하우스가 자신과 타인의 고통에 냉담하지 않은 인간임이 드라마를 통해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차갑고 비정한 인간이라면 이상주의자 닥터 커디(리사 에딜스타인)가 그를 고용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커디가 하우스와 말다툼을 하면서도 그를 옹호하는 것은, 하우스를 잘 알기 때문이다. 비뚤어지고 사악할 때도 있으나 자신과 타인에게 닥친 상황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한 약한 남자를.
Dr. Lisa Cuddy: When I hired you, I knew you were insane. I will continue to try and stop you from doing insane things, but once they're done, trying to convince an insane person not to do insane things is, in itself, insane. So when I hired you, I also set aside fifty thousand a year for legal expenses. So far, you've come in under budget.
닥터 커디 : 당신을 고용했을 때, 당신이 비상식적이었다는 건 알고 있었죠. 당신이 미친 짓을 중단하도록 노력할 거예요. 그러나 당신이 일단 저질러버리면... 정신 나간 사람에게 미친 짓을 하지 말라고 설득하려 드는 것 자체가 정신 나간 짓이죠. 그래서 내가 당신을 고용했을 때, 법적 비용으로 연 5만 달러의 예산을 책정했어요. 지금까지는 예산을 초과하지 않았죠.
게다가 하우스는 위선을 떨지는 않는다. 올곧게 '재수 없기에' 오히려 악취가 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이 올바르다고 믿으면서 끝까지 상대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악당이 아니다. 하우스는 남들을 다 바보라고 생각하지만 자기 역시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를 수 있음을 알고 있다.
타인의 고통과 한계만큼이나 자신에 대해서도 명확히 파악한 하우스이기에 사람들은 그의 신랄한 유머를 동반한 악담을 참고 견디는 것이다. 닥터 포먼에게는 흑인을 스테레오 타입화시켜 그에게 노숙자나 불량청소년에 대해 알아보라는 둥, 모욕적인 지시를 내리지만 사실 그의 재능을 누구보다 인정하고 있고 닥터 카메론 역시 여자이기에 다양한 말로 놀려대지만 그녀의 열정과 사려 깊음 또한 잘 알고 있다.
또한 <하우스>의 영리한 점은 '불친절하고 사악해 보이지만 사실은 마음이 여린 캐릭터이더라' 식의 전형적인 전개를 피한다는 점이다. 하우스는 계속 뻔뻔하게 병원과 의사, 환자들을 괴롭힌다. 물론 그에게도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고 때때로 환자 또는 그 주변의 사람들의 진심에 감동하기도 하나 그는 다음 날 다시, 본연의 하우스로 돌아온다. 공정함과는 거리가 먼 말을 내뱉으며 다니고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개의치 않는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변치 않게 불공정하고 고집불통인 '재수 없는' 하우스에 애정을 느낀다.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출산을 강행하려 하는 산모에게)
Dr. Gregory House: Oh, who the hell does? Tragedies happen! If you think turning yourself into a disposable incubator is going to protect your kid from all the crap in this world, go ahead! Die happy! I have no problems with people killing themselves but don't think it makes you a hero.
하우스 : 제길, 그걸 누가 이해합니까? 비극이란 일어나기 마련이오. 아기를 보호하면 당신의 아기를 세상의 지저분한 것들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본데 그렇게 하세요, 행복하게 죽으라고요! 사람들이 자살하든 말든 나는 상관없지만, 당신이 영웅이 될 거란 생각은 하지 마시오.
물론 <하우스>는 그레고리 하우스의 원맨쇼가 아니다. 하우스의 어린 양들, 똑똑한 포먼과 사이 나쁜 남매 같이 투닥거리는 체이스와 카메론 또한 극에 재미를 더하고 있으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더 입체적인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홈즈 - 왓슨의 관계에 비유되는 하우스의 친구 닥터 윌슨(하우스와 달리 사려 깊고 예의 바른 캐릭터로 극의 균형을 잡아준다)과 용감하고 강한 병원의 원장, 닥터 커디 또한 극을 풍성하게 만드는 캐릭터들이다.
<하우스>는 잘 구축된 캐릭터의 매력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드라마이다. 그는 단순히 건방지고 불쾌한 캐릭터가 아니며 동정 받을 만한 사람이었다가, 그런 마음을 바로 뒤집어버리는 지독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의 복합적인 모습은 잘 짜인 설정과 각본에서 나오며 시청자들은 하우스가 계속 무례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