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아침

from scribble 2008/06/29 11:32

요새만큼 세상이 비논리적이고 혐오스러웠던 적은 없다. 특별히 이 시대가 암울하고 비극적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돌아가는 꼴을 보자면 정말 세상을 멸망시키려 사도가 온 것만 같다. 아니 차라리 그렇게 직선적이고 거창한 공명심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게다가 나 개인의 삶은 이런 수라장 속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다. 어디선가 사람들이 맞고 있을 때 나는 잘 자고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일어난다. 등록한 커뮤니티 등등에서 올라오는 기사며 사진, 체험담을 본다. 그러나 아침에 우리집에 배달되는 신문은 조선일보, 동아일보. 1면의 타이틀을 보고 있노라면 화가 나 신문을 뒤집어버린다.

성실히, 신실히 신학공부를 하는 친구가 있는가하면 퇴근하는 버스 안에서 "광우병은 다 거짓말이래요... 그거 먹고 죽을래도 죽을 수도 없데. 걸린 소가 있어야지" 라고 크게 떠드는 어느 교회 장로님이 되고 싶은(이 것 역시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할아버지들이 있다.

다큐멘터리에서 해외 교육 관련해 토론 수업을 받는 고등학생이 나온다. 교육의 본질은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논리적으로 개진하고 남의 의견을 겸허히 듣고 수렴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며 끄덕거리는 부모님은 2MB에게 대항하는 아이들을 특정 집단에 불필요한 적의를 품은 어린아이들로 생각한다.

만사가 이렇다. 이것저것 힘들다며 투덜거리며 살아왔던 나이지만 요새처럼 모든 것이 대립되고, 뒤섞이고 혼란스러울 때도 없다. 문제는 이런 게 단지 5년만 견디면 해결될 일일까 아니면 영원히 강도는 약하되 계속 지속될 일일까.




욕도 거하게 못 하면서 불만은 부글부글.
역시 모든게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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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쁘자네 2008/06/29 17:3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광화문에서 물대포를 쏘고 있고 사람들이 연행되고 다치고..
    그래서 '나 오늘 좀 피곤하다. 회사 다니기 싫다. 깔녀 모다?' 라고 맘 맘 편히 말하는 것도 사실 편하지 않아.

    엠비가 싫은 이유는 독선, 무식함만이 아니라 너무 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빼앗아 갔다는 것이지.
    소소하게 누릴 작은 감정의 변화들도 편하게 못 누리는거야.
    그게 분노든 기쁨이든..



    • kyle 2008/06/29 21:34  address  modify / delete

      마지막 문단 전체 다 동감.
      안 그래도 부조리한 세상인데, 맘 놓고 소소한 것에 기뻐하며 화내는 일상조차 힘들게 만들다니.

      이쁘자네 언니 화이팅이야(급 마무리;_)

  2. courtney 2008/06/30 09:4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리고 죄책감. 추가요.

    일상에 대한 죄책감마저 느껴야 하는 지금 이 세상은.
    정말 눈먼자들의 도시 인건가요.

    더 슬픈건....
    이 부글부글한 감정을 느낄 틈도 없이 정신없이 사는 커여사.

    • kyle 2008/07/03 21:58  address  modify / delete

      저의 키워드는 압도적으로 "혼돈" 입니다.
      멋있었던 게 비겁해지고, 아름다웠던 게 추락하고. 흑흑..

  3. 미야코 2008/07/01 15: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으왕 ㅜ.ㅜ; 전부 다 동감이어요.
    그래도 우리 모두 더 더 힘내자고요! 으쌰으쌰♨

  4. Fidelity 2008/07/02 17:3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매번 키보드 위에서 더듬더듬 하다 돌아서곤 했어요.
    지 머릿속엣말도 제대로 번역할 줄 모르는 바보가 되어 가는 듯.

    그냥. 짤방의 의미를 나름 해석해보고서 피식 웃었어요.
    그런 일이야 절대 일어나지 않겠지만.
    일어난다면.
    좋겠어요.

    • kyle 2008/07/03 22:01  address  modify / delete

      데보라 정말 좋아요. 입은 험한 주제에 착하기는 또 얼마나 착한지...
      쏘쿨한 척 하면서 블로그에 몇 줄 갈기는 제가 싫어질 때는 데보라가 생각나요. (.. 그리고 덱스터와 위장결혼하고 싶습니다. 산으로 가는 댓글)